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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국 5·18 기밀문서 공개 박근혜 총선
    이슈 2020. 5. 16. 1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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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국무부가 5·18 민주화 운동 40주년을 맞아 5.18과 관련한 문서 43건을 한국 정부에 제공했습니다. 당시 5·18 진상 규명을 위한 추가 문서 확보에 첫발을 디뎠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습니다. 반가운 소식이네요.

    5·18 진상 규명의 핵심 쟁점은 발포 책임자를 규명하는 것입니다. 이번에 공개된 기밀 문서에는 발포 책임자를 규명하는 중요한 자료는 포함돼 있지 않지만 한국 정부의 요청에 따라 미 정부가 6개월 만에 기밀해제 자료를 제공했다는 점에서 전향적 조치로 볼 수 있습니다.

     

     

    이번에 추가 비밀해제된 기록물은 43건, 140쪽 분량의 미 국무부 문서입니다. 주한미국대사관 생산 문서가 포함돼 있습니다. 과거 공개된 문서 대부분은 일부 내용이 삭제된 채 비밀 해제됐었는데요, 하지만 이번에는 완전한 공개가 이뤄졌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자료는 5·18 광주민주화운동기록관 홈페이지에 모두 공개됐습니다. 전국민 누구나 열람할 수 있는 자료인 셈입니다.

    문서는 1979년 12월12일 전두환·노태우 등 신군부 세력이 일으킨 군사 쿠데타 직후인 1979년 12월13일부터 1980년 5월 17일 비상계엄 전국 확대, 김대중 내란 음모 사건 재판이 끝날 때까지인 1980년 12월13일까지의 기록 일부입니다. 

    문서 절반 가량은 한국 정세 분석인데요, 김대중 구명 운동과 관련된 내용이 다수로 파악됐습니다. 5.18 민주화 운동과 관련해 직접적인 정보가 있는 문서 3건 가량도 포함됐습니다.


    "전두환, 12·12 계획 사실 철저히 숨겨"

    우선 윌리엄 글라이스틴 주한미국대사가 12.12 이틀 후인 1979년 12월14일 당시 전두환 보안사령관과 면담한 후 본국에 보고한 전문이 주목됩니다. 글라이스틴 대사는 전두환이 반란을 계획했던 사실을 철저히 숨겼으며, 신군부가 미국의 도움을 원한다고 판단했습니다.

    글라이스틴 대사는 "전두환이 쿠데타나 혁명이 아니라 박정희 대통령 암살에 대한 수사를 마무리하기 위한 시도라고 주장했다"며 "전두환은 개인적 야망이 없다고 주장했고, 최규하 대통령의 자유화 프로그램을 개인적으로 지지했다"고 말했습니다.


    대사는 면담 후 "최소 10일 전부터 군사 반란을 조심스럽게 계획한 것을 알고 있는데도, 전두환은 이를 철저하게 감췄다"고 평가했습니다. 그러면서 "군사 반란을 유지하기 위해 우리가 도움을 주길 원하는 게 분명해 보였다"며 "우리는 수주 혹은 수개월 내 매우 까다로운 선택을 해야 할 수 있다"고 보고했습니다.

    특히 글라이스틴 대사는 신군부 세력을 중의적으로 야심 있는 젊은 장교를 뜻하는 '영턱스(Young Turks)이라고 표현하면서 "군사 반란 동기 중 하나가 권력에 대한 욕망인 점은 명백하다"고 평가했습니다.


    글라이스틴 대사가 1980년 5월17일 최광수 대통령 비서실장을 만나 지금 사태를 원만하게 해결해야 한다고 조언한 대목도 눈에 띄는 부분입니다. 대사는 최규하 정부가 시민사회와 대학생, 재야의 요구를 받아들여 개헌 프로그램을 시행하려 하지만 군부에 완전히 포획돼 있고, 군부를 두려워하고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1980년 5월18일 당일 글라이스틴 대사와 이희성 계엄사령관의 면담한 전문도 가려진 부분 없이 모두 공개됐습니다. 이희성 계엄사령관은 "국민들이 학생 시위와 이로 인한 경기 하강을 우려하고 있으며, 왜 계엄령으로 대응하지 않는지 걱정한다고 들었다"며"(민주화운동을) 통제하지 못하면 베트남처럼 공산화될 것"이라고 진압을 정당화했습니다.


    특히 이 사령관은 대규모 시위가 발생할 경우 비무장지대 군사력을 동원해야 하고, 결국 북한으로부터 공격 위험을 증가시킬 것이라고 주장하며 군이 최규하 당시 대통령을 설득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박근혜 1980년 총선 출마 희망

    박근혜 전 대통령이 아버지 박정희 전 대통령 암살 이듬해인 1980년 차기 총선 출마를 희망했다는 내용도 담겨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윌리엄 글라이스틴 당시 주한미국대사는 1980년 2월 2일 국무부에 한국 정치 상황을 보고하면서 박근혜 전 대통령의 출마 가능성을 언급했습니다.

     

    보고서는 “암살된 대통령의 딸에 갑작스러운 야심이 생긴 것으로 보인다”며 “사정을 잘 아는 민주공화당 의원에 따르면 박근혜가 다음 총선에 아버지의 고향을 포함한 지역구에서 출마하기를 희망한다”고 전했습니다.

    당시 박근혜 전 대통령은 28살로 1981년 3월 치러진 11대 총선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입니다. 보고서는 청와대 경호 근무를 통해 박정희 대통령 일가와 친해진 전두환 보안사령관이 박근혜에게 출마를 권유하고 있다고 소개했습니다.


    이 내용을 주한미국대사관에 전한 소식통은 “전두환은 모든 곳에 있다”고 했습니다. 보고서는 민주공화당 지도부가 박근혜의 출마로 박정희 시대를 주요 선거 이슈로 만들어 당내 분열을 일으키고 제3당 창당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또 김종필이 박근혜가 출마하지 않도록 설득하려고 할 수도 있지만, 그가 성공할 가능성이 크지 않다고 전망했습니다.

    하지만 박 전 대통령이 왜 11대 총선에 불출마했는지는 이번 문건에 정확히 나오지는 않았습니다. 다만 박 전 대통령은 2007년 발간한 자서전에서 “조용히 살아가는 나날이 만족스러웠다. 정치를 해볼 생각이 없느냐는 제안을 종종 받았지만, 단호히 거절했다”고 썼습니다.


    외교부 "추가 자료 공개 적극 요청"

    한국 정부 차원에서 미국 정부에 5.18 진상 규명과 관련해 기밀 문서 해제를 요청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지난 1996년 공개된 문서는 정부가 아닌 5.18 진상규명을 위해 힘써 왔던 단체와 연구자, 미국 기자들이 미국 정부에 요청해 받은 자료로 대부분 중요한 내용이 삭제된 채 건네 받았습니다.

    이후 5·18 기념재단과 3단체(유족회·부상자회·구속부상자회)는 정부에 5.18 관련 미국의 기밀문서를 확보해 달라고 요청해 왔는데요. 이에 외교부는 '5.18민주화운동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법'에서 규정한 정부의 자료 요청 의무에 따라 지난해 11월 미국 정부에 공식적으로 자료를 요청하고, 6개월 만에 일부 자료를 받는 성과를 거뒀습니다.


    외교부 당국자는 "그간 미국 기자들이 정보 공개를 요구해 한국이 받았던 자료들은 사실상 많이 지워져서 온 자료들인데 이번에는 전문이 공개됐다"며 "미국이 전향적으로 협조한 것은 사실상 의미 있는 조치"라고 평가했습니다.

    다만 이번에 미국에서 받은 자료 가운데 5.18 민주화 운동 진상 규명의 최대 쟁점인 최초 발표 및 집단발포 책임자에 대한 핵심 내용은 담겨 있지 않다는 점에서 정부가 추가 자료 확보에 힘써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5.18 관련 단체들은 진상규명을 위해 미국 국무부는 물론 미 국방부, 백악관, 중앙정보국(CIA), 한미연합사 등에서 작성한 분석 보고서와 메모 등 확보가 절실하다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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